필자가 방문했던 슈체친은 독일과 폴란드 국경에 위치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주짓수를 잘하는 나라로 손꼽히는 나라들은 어느 나라들일까?

브라질? 미국? 그리고 아시아에선 일본? 아마 지금까지는 저 세 나라가 브라질리언 주짓수를 대표하는 국가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주짓수 강국으로 꼽히는 국가들에는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바로 브라질 사람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사실이다.

종주국인 브라질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의 경우에도 이미 수많은 주짓수 챔피언들과 검은띠들이 체육관을 차리고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대표적인 일본의 경우에도 주짓수의 모태가 되는 유술의 근원지일 뿐 아니라, 브라질 이민자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일본 거주 검은띠 중 가장 강한 선수로 인정되는 호베르토 사토시나 클레버 코이케 등도  브라질 출신 혹은 브라질 혼혈 선수들이다.

90년대 후반 많은 사람들이 UFC 비디오를 통해 주짓수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진짜 주짓수를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따라서 초창기 브라질 이외의 지역에서 주짓수를 배운 이들은 대부분 브라질 이민자를 스승으로 두고 있다.

이러한 국가들에는 대부분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날씨가 따뜻하고 바다와 가까운 선진국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많은 유명 주짓수 체육관이 캘리포니아에 모여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따뜻한 기후를 선호하는 브라질 이민자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사정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IBJJF의 유럽선수권이 매년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이유도

브라질과의 언어적, 기후적 유사성 때문이 강하다. 호저 그레이시, 에스티마 형제 등 세계 챔피언들 또한 포르투갈처럼

기후가 좋은 곳은 아니지만, 생활 수준이 높은 영국에 거주하며 주짓수를 전파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이라는 단어를 듣고 영국의 템즈강이나 파리의 에펠탑을 연상하는 것처럼 유럽의 주짓수

또한 이처럼 부유한 서유럽 국가들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유럽의 주짓수 지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제법 다르다.

 주짓수에 있어서 만큼은 동유럽, 그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국가로 꼽히는 폴란드를 주목해야 한다.

과거 소련 소속 국가였던 폴란드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별 관심이 가지 않는 춥고 가난한 국가로 치부된다.

 2차 세계 대전으로 국가 경제가 몰락한 이후 지금도 제대로 된 산업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 경제적 상황과는 달리 주짓수만큼은 폴란드가 동유럽, 그리고 유럽 내에서도 가장 발달된 나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5년 현재 폴란드에는 200명이 넘는 주짓수 블랙벨트가 거주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이 브라질 이민자들이 아니라 모두 폴란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시합에서도 폴란드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폴란드는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FILA 그래플링 챔피언십의 도복과 노기 부문 모두에 걸쳐 유럽 통틀어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ADCC에선 2년 연속 본선 진출자를 배출하기도 했으며, 많은 선수들이 월드 프로, IBJJF 유럽선수권에서 활약하고 있다.

 실제로 브라운벨트 레벨에서는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기도 했다.

지난 유럽선수권에선 검은띠 어덜트 부문에서 입상하는 선수들도 몇 명 나타났다.

오래된 건물에 위치한 버서커팀 체육관, 별도의 간판은 없으며 건물 벽에 벽화로 BERSERKERS라고 적혀있다.

폴란드의 저널리스트이자 주짓수 퍼플벨트인 오스카는 폴란드의 상황에 대해, “우리는 더 좋은 선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폴란드가 매우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에 좋은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활약할 돈이 없다는 점이다.”

라며 폴란드의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폴란드에서 최근에 열린 주짓수 대회에는 약 1,400여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국제브라질주짓수연맹(IBJJF)에서 개최한 대회 중 가장 큰 규모였던 올해 유럽선수권이 3,400여명의 참가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실로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주짓수 포털 ‘BJJ 이스턴 유럽’과 폴란드의 대표 브랜드 ‘만토’의 세계적인 활약은 동유럽 그리고 폴란드의 엄청난 주짓수 인기에 기반하고 있다.

휴가차 독일 베를린에 머물고 있던 필자는 독일과 폴란드 국경에 위치한 해양도시 슈체친에 들러 폴란드의 주짓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인구 60만명의 소도시인 슈체친에는 현재 주짓수 블랙벨트가 20명이 넘으며, 그 중 2명은 여성 블랙벨트이다.

 수도도 아닌 작은 소도시에 이토록 주짓수 인기가 커질 수 있었던 이유에는 슈체친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주짓수 팀 ‘버서커 팀’이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10여개의 지부를 가지고 있는 폴란드의 버서커 팀은 ‘폴란드 주짓수의 시발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버서커 팀의 창립자 중 한명인 피오트르 ‘바기’ 바진스키는 90년대 후반 폴란드에서 주짓수를 처음 시작한 주짓떼로 중 한 명이다.

폴란드 주짓수의 발전은 국내와 유사하다. 원래 유도를 수련해온 그는 UFC를 통해 종합격투기에 대해 알게 되었고,

 초창기 종합격투기와 주짓수를 함께 수련했다. 수준 높은 지도자로부터 배울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었던 동호회 형식으로 주짓수를 수련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그는 폴란드의 두 번째 주짓수 블랙벨트이다.

사실 바기가 처음부터 주짓수를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초창기만 해도 유도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한

수단으로 주짓수를 접했던 그는 얼마 가지 않아 주짓수만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고 주짓수와 종합격투기를 진지하게 수련하기 시작했다.

2015 유럽 선수권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버서커팀의 수장 ‘바기’

창립 멤버 중 하나인 린케 형제의 팀 이탈로 한 때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버서커 팀은 지금도 플란드에서 가장 큰 주짓수 팀 중 하나이다.

(린케 형제의 골드팀 또한 폴란드를 대표하는 주짓수 팀이다.)

폴란드 주짓수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준 저널리스트 오스카에 따르면, 버서커 팀은 최근 몇 년간 폴란드 내에서 열린

대부분의 토너먼트에서 팀 우승을 독식하고 있으며, 소속 선수들은 모두 이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팀의 수장인 바기 또한 만42세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활발하게 시합에 참가하고 있다. 본인의 경력 또한 매우 화려한데,

 유러피언 마스터 챔피언, CBJJE 세계선수권 은메달, FILA 그래플링 도복 유럽 챔피언, 세계 챔피언 등의 타이틀을 획득한 바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폴란드의 강팀은 버서커팀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폴란드의 갈띠 시절 유럽 선수권 2관왕에 올랐던

카롤 마츄쉬자크, 골드 팀의 린케 형제, 폴란드 얼라이언스팀, 그레이시 바하 지부인 코파카바나 아카데미 등 수많은 팀들이

동유럽과 유럽에서 활약하는 강팀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스카는 “폴란드의 주짓수가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는 알 수 없다.”고 입을 열며,

“하지만 최근 종합격투기의 인기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주짓수도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마리우스 푸지아노스키를 내세운 KSW가 폴란드에서 인기를 얻게 되면서

사람들이 종합격투기와 주짓수 수련을 시작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에는 종합격투기를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주짓수만 집중적으로 수련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브라질과 미국에 비해 변방인 유럽, 그 중에서도 구석에 위치한 폴란드의 주짓수는 가야할 길이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된다는 사실은 폴란드의 주짓수가 향후 5년 혹은

 10년 안에 전세계 주짓수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다크호스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자료제공: 블랙벨트코리아)